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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르게 보기/외국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연기 좀 하네 어떤 여자들 Certain Women 2016

어떤 여자들  Certain Women, 2016



감독 : 켈리 레이차트

각본 : 켈리 레이차트

배우 : 릴리 글래드스톤, 크리스틴 스튜어트, 미셸 윌리엄스, 로라 던


기차가 화면 우측 상단에서 대각선 아래로 지나가면서  첫 장면이 시작됩니다
거칠고 어두운 화면 채도가 눈에 거슬리기 시작합니다. 
최근 영화에서 이런 이질감 돋는 화면빨은 처음 봅니다

잠시 후~

이 거칠고 탁한 화면에서 보물 같은 다음씬을 발견합니다
(일반적인 상업영화에서 사용하는 32밀리 카메라 대신 16밀리 카메라로 촬영되어 모래알갱이가 한 꺼풀 씌워진 필름을 보는 느낌입니다)
이야기의 전체구성은 옵니버스식 3가지 에피소드로 각각 주인공도 다르고 내용도 별개지만 이야기의 공간(몬태나의 시골 마을)은 같습니다

첫번째이야기



몬태나주 변호사 로라(로라 던)와 턱수염의 중년의 남자…. 방금까지 므흣한 장면을 연출했겠지만
아쉽게도 볼수 없다는 거 그러나 상반신 장면이 하나 있군요 ^^ 
지금 상상하시는 거 절대 아니라고 말씀 못 드리겠습니다

각자 옷을 챙겨 입는데,
여자와 남자는 마치 각방 쓰는 사람처럼 분리되어 화면앵글에 잡히는 모습을 봐선
분명히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는 화면이라는 걸 직감할 수 있습니다


이 남자(위에 저 남자 아닙니다)는 직업이 수리공(?)으로 직장에서 사고가 있었고,
회사의 부당한 보상에 소송을 제기했고 도움청할곳은 고용된 변호사 롤라(로라 던)이 유일합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더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되어 포기를 시키는 와중에 

억울함을 못 참고 인질극을 벌였고 결국 로라(로라 던)가 인질극 현장에
투입되어 설득하는 과정에서 인질범은 체포되고 맙니다.

사건 자체가 가지는 의미보다 로라와 고소인(인질범) 사이에 나누는 대화 속에서 소통의 단절이 보입니다
감독은 해결 시키거나 더 큰 갈등을 유발하거나 과한 설정을 하지 않고 담담하게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역설적으로 남을 변호하는 일을 하는 로라(변호사)는 그 누구 하고도 소통이 되지 않는 인물로 그려져 있습니다
바람을 피우는 남자와도 그렇고 의뢰인과의 대화 속에서도 답답함이 표정에 묻어납니다

두번째 이야기



조깅 중인 (미셸 윌리엄스)가 잠시 멈추더니 담배 하나 물어봅니다. 
꽁초 끌 때도 땅에 팍팍 묻으면서 침까지 뱉어서 마무리 짓습니다. 성격 보이네요
야무집니다. 일처리 깔끔떠는 프로일순이 되겠습니다


여기가 어디야 ?
가족(남편, 딸)과 함께 캠핑 중이네요 새로 집 지을 터도 볼 겸 견학차 온 텐트안입니다 조깅복을 갈아입는 프로일순이.......
옷도 어찌나 이쁘게 갈아입던지!! 미쉘 윌리엄스의 연기력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몸매였다는거 확인됩니다


돌아가는길에  중2병 딸래미 "엄마는 왜 맨날!" "아빠는 왜 맨날!" 맨날 멘트 날려주시고
부하직원인 남편, 조용조용 고분고분 마눌님 한마디에  얼굴엔 수심 가득
아내와 남편의 위치는 갑과 을의 종속적 상하관계 우리네 가정과 별반 다르지 않네요….

여기서 잠깐!

저 남편분이 바로 이 글 젤 위에 사진에 그 내복 입고 있는 분입니다 에피소드마다 내용연결은 없지만, 등장인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돌아가는 운전 중에 돌무덤이 떡하니 보입니다
주말농장 터로 이용할 부지에 동네 할아버지는 돌무더기 치울 생각 하지도 않고 있으시네요. 설득겸 동의서를 구한답시고 대화를 나누는데
오히려 할아버지는 돌에 대한 사연만 읊어주시고 남편은 눈치 없게 동조하는데…….


대충 영감님 설득 후에 차에 올라탑니다
역시나 프로일순이...눈에는 레이저가 나오고
남편은 절대 마주치면 안 된다는 일념으로 오로지 직진에 여념 없습니다

이 에피소드 역시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에 대한 꼰 데 같은 남자들의 열등의식이 대화 속에서 녹아납니다
하지만 정작 대화 속에서 소외되는 사람은 여기서도 아내 즉 여자입니다

3번째이야기



법학대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왕복 10시간이 걸리는 시골 학교에 알바수업을 하러온 강사 베스(크리스틴 스튜어트)

이 동네 말 농장에서 말을 키우며 고립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처자 제이미 (릴리 그레이스톤)

우연히 수업을 듣게 되고 제이미는 강사 베스에게 미묘한 떨림의 감정을 갖게 됩니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식당에 들러 밥 먹는 모습을 맞은편에 앉아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제이미

이런 맘을 전혀 모르는 베스는 장거리 운전에 지쳐 예고 없이 강사직을 그만둡니다

 



젊은 여자가 말을 키우며 사는 것도 그렇지만 침실의 천장은 당장이라도 쥐 한 마리가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거 같습니다

결국 마음이 시키는 데로 강사 그녀가 있는 곳으로 그 먼 길을 운전해 갑니다


여기서 잠깐 팩트 체크


둘 간에 대사 중에 강사 베스가 사는 곳이 나옵니다. 몬타나의 리빙스턴에서 편도 500킬로( 5시간 거리)를 운전해왔다는

사실을 제가 구글지도로 쓸데없이 찾아봤습니다.




님 찾아 한숨 못 자고 그 먼 길을 왔건만 님은 남이 되어 마주 보는 거리를 좁히질 않습니다

아래 표정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습니다


쟤 왜 온 거니?



영화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배경음악 없이 덤덤한 일상을 보여주고만 있습니다

고백은커녕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고 돌아서서 차에 올라탑니다

이미 제이미의 눈엔 눈물이 엉얼거리고 있습니다

그때 북받치는 감정을 누르는 장면에서 처음으로 배경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꾸~욱 눌려 있던 제 감성이 여기서 터집니다 

오래기억될 장면입니다 


그러면서 제가 젊은 날에 봤던 다른 영화의 한 장면이 오버랩 되어 저도 같이 먹먹해지네요 <매디슨 카운티에 다리>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인물은 소외되고 단절되는 당사자이면서 가장 절실히 그들과 소통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상처 주고 외면해 버리는 가해자이기도 합니다


아래 사진은 기르는 강아지에게 로라던이 발로 스담스담하지만 강아지조차 머리를 반대로 돌리고 아무 반응(개 무시?)을 하지 않습니다

다음 사진은 3번째 에피소드에서 주인을 죽으라고 따라다니는 웰시코기가 여러 번 등장하는데도

한 번도 살갑게 대하거나, 밥을 챙기거나,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ps: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사랑받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말"입니다 늘 털을 빗겨주고, 잠자리도 봐주면서, 좋아하는 사람한테 자랑도 시켜주고

 심지어는 식당 종업원이 이렇게 물어봅니다. 밖에 매여 있는 말한테 물을 줘도 되냐고 말이죠…….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존재는 전혀 관계없는 타인에게조차도 따스함이 전달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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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감상 평점

5점 만점에 4점


진심은 모든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면 너부터 정신 차려라! 현실은 진심에 관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