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드라마 덕후들이 한국에는 유난히 많습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와 예능은 우리들에게 인기 있는 콘텐츠가 아닌 관계로 알려진 바가 거의 없습니다 제가 일본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덕후발끝도 안되구요 저한테는 먹방의 원조 <심야식당>, 유독 한국에서 인기 많은 일드 <결혼 못하는 남자>, 과거로는 오갱끼로 시작하는 그녀로부터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고레이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들까지 애증 하는 많은 작품이 있지만 사실 이 모든 작품보다 가장 아끼고 재밌게 보고 작품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NHK에서 방영하는 <다큐 72 시간>이라는 30분도 채 안 되는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제목 같지 않나요? 바로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다큐멘터리 3일" 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지요. 오리지널이 오늘 소개하는 <다큐72시간> 이라는 일본콘텐츠 입니다. 아마도 정식으로 라이센스를 사서 한국방송사에서 제작하지 않았나 유추해 봅니다 컨셉이 똑같거던요.....
이 프로의 가장 큰 특징은 일본을 미화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드라마나 예능에서 보는 일본은 예쁘고 화려하며, 낯선 이에게 수십번의 인사를 건네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 프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의 민낯을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어요. 깨끗한 도시의 골목들이 아닌 너저분한 서민들의 삶터를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컨셉자체가 꾸밈없이 72시간 동안 지정한 장소에서 있는 그대로의 삶을 관찰해 보여줍니다. 리얼이죠! 물론 편집과 과장이 100%로 빠진 쌩을 보여주진 않지만, 그 어떤 일본 영상물보다 솔직한 일본을 볼 수 있습니다
1년 동안 매주 1편씩 일본 내에서 방영이 되고 있는데요 그중에 가장 시청률이 높았던 작품을 오늘 소개할까 합니다
아키타현의 40년 된 우동자판기 이야기 입니다 철거를 앞두고 있다 해서 72시간 동안 가락국수 자판기 앞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소소한 얘기입니다. 그들의 3일간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겠습니다
사실 우동자판기라는게 우리나라에는 없는 문화죠! 라면 자판기면 몰라도…. 편의점에서 파는 그런 포장된 우동이 아니라 주인이 직접 만든 면과 국물을 자판기에 넣어 놓고 판매하는 형태입니다. 그렇다고 대단한 맛이라서 이렇게 방송을 타는 것도 아닙니다. 한자리에서 그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에게 한 끼를 마련해준 이 우동자판기에 사람마다의 사연이 구구절절하네요.
시작합니다
▲ 바로 옆에 24시간 편의점이 있음에도 유독 이 자판기에 사람들이 줄을 서고 차례를 기다립니다. 눈이 와서 비가 와도 누군가는 찾아옵니다
▲ 밴에서 내린 양복 차림의 중년의 신사, 우동 한 그릇을 뽑는 자판기에서 뽑습니다 기계연식이 말해주듯 우동국물이 넘칩니다. 조심하라는 문구도 있네요. 제작진
입에서 스고이 이빠이~ 라고 넘치는 국물에 놀랍니다. 61세의 보험일 하는 이분은 여기 단골이랍니다 자판기 옆에는 간이 탁자와 의자가 있고양념통이 위에 매달려 있습니다 요거 아이디어죠!. 5분만에 츄륩~ 늘 이렇게 바쁜 생활에 한 끼를 놓치지 않게 해준다고 자판기 칭찬에 침이 마르지 않습니다
▲ 다음 타자 등장! 동전을 넣어보는데 꿀꺽 먹어버립니다. 자판기 조상님 답네요 자주 있는 상황임을 잘 아는 듯 무심한 주인아저씨 열어서 손수 진행해 주시네요 누구도 인상구기는 모습은 안보입니다. 안에 보면 누적 판매수자기록이 보입니다 판매가 40년 동안 40만개네요 1년에 1만 개 정도 판매 됐다고 보면 하루에 280개 정도 헉!!
280명이 하루에 왔다 간다는......그것도 이 한적한 항구에서 말이죠
▲ 다음은 남여커플등장, 오봉(쟁반)도 들고나온 거 보면 한두 번 온 게 아님을 짐작게 합니다. 3년된 이 커플은 오봉도 커플로 맞춰왔네요. 사연인즉슨 남자친구와
만나기 훨씬 전부터 항상 혼자 여기에서 우동을 먹으면서 언젠가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반드시 데려오고 싶었답니다
▲ 새벽 4시 웬 까까머리 사내등장, 일 끝나고 혼자 있고 싶을 때 항상 찾아온다고 합니다. 이벤트 사업을 작년에 시작했는데 자리를 잡지 못하고 결국 접고
지금은 화물 운전을 하는데 어머니와 둘이서 살고 있습니다 . 많지 않은 나이에도 삶의 고됨이 묻어납니다. 근데 이 아자씨 어디서 많이 본거 같은데 ....북쪽에 누굴 똑 닮았네요. 웃으면 안 되는데 ^^
두 번째 날이 밝았네요
우동을 먹고 계시다가 할아버지(78세)가 제작진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매일 15분 운전해서 우동 먹으러 여길 오신다는 진정한 자판기우동 덕후등장
이시네요. 주인아저씨와 매일 똑같은 얘기를 똑같은 시간에 나누고 간답니다 무례 13년동안….
이 할아버지는 13년 전에 아내를 잃고부터 이 자리를 고수하는 중입니다
▲ 눈보라가 갑자기 몰려오고 거리는 얼어붙었습니다. 그와중에 아버지와 아들로 보이는 부자간 우동먹는 모습이 보입니다. 제작진이 왜 굳이 이런 날에 우동을 먹으러 왔는지 묻습니다. 아버지가 머쓱하게 대답을 하네요. 아내가 주말 파트 일을 해서 항상 아들과 둘만 주말에 남는데 그런 아들에게 일부러 추억을 만들어 주려고 이런 날에 데리고 왔다고 말을 하면서 아들의 머리에 앉은 눈을 털어주네요. 아마도 세월이 흘러 아들은 이런 아버지를 기억할 날이 있을 겁니다 그렇게 밤이 저뭅니다
▲ 다음 날 아침 늘씬의 몸의 한 남자가 역시나 혼자 우동을 먹고 있습니다. 여긴 무조건 혼우동(?) 이 남자의 이력을 보자면 53세의 제빵기술자, 작년에 암 선고 받고 고향으로 내려왔네요 여긴 자기가 젊은 날에 늘 왔던 곳이라 많은 게 생각나는 장소 그래서 자주 들런다고……. 그렇게 또 한 명의 사연 있어 보이는 남자는 가던 길을 재촉하합니다 이분 밑에 마지막에 등장하십니다 1년 후의 모습으로
▲ 가족인 듯 보이는 4명이 보이네요. 술병을 들고 한 모금 하는 여자분은 옆에 아들로 보이는 남자애의 엄마네요 크게 꾸미지 않은 투박한 아우터, 미혼모로 살면서 녹녹치 않았던 세상살이를 풀어냅니다. 10대시절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문제아였고 갈 곳이 없을 때에는 늘 여기 와서 보냈다고 합니다. 자판기가 자기에겐 따뜻하게 대해주는 유일한 친구였다고……. 우리돈 2천 원 남짓으로 먹을 수 있는 게 자판기 우동이었다고 그렇게 자신을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그렇게 40년간 한자리에서 우동자판기는 사람들과 같이 늙어가고 있었네요. 그들은 떠나도 추억은 항상 자판기에 차곡차곡 쌓여 다시 돌아온 그들에게
이렇게 고스란히 옛날 모습을 기억하게 해주는 고향 같은 존재로 말입니다
▲ 방송을 탄후 지역명소가 되어 사람들은 전보다 훨씬 많이 기다리는 그런 장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40년 우동자판기의 마지막 손님을 맞는 날입니다 주인아저씨는 다리에 파스를 붙여가면 오늘도 재료를 손질하느라 바쁩니다 하지만 항구의 승무원을 대상으로 음식과 책을 판매하는게 주업인데 더 이상은 항구에 외국손님이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게를 정리하는 그런 날이 오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우동자판기도 이젠 역사속으로 묻히는 수순을 밝겠네요
마침 마지막 날엔 작년에 암 투병 중이었던 제빵장인도 등장해 주시고 방송나간 이후로 몸도 많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그렇게 마지막 우동자판기 한끼를 먹는 모습은 고향 친구를 떠나보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모습입니다. 주인아저씨가 자판기의 40년 마지막 전원을 내리는 모습은 짠합니다. 그렇게 72시간은 끝이 납니다 마지막 자막에 이런 문구가 올라오네요. 이 우동자판기는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겨 여전히 사람들에게 따뜻한 우동1끼를 내려주고 있답니다
마치며
지금으로부터 40년전이면 1977년도에 처음으로 개시한 거네요 우리나라에서는 자판기 자체도 생소한 시대였는데 새삼 일본의 자판기의 위엄을 보게
될 줄이야! 각자 사물에 대해 다들 비슷한 경험 있지 않나요. 전 20년도 더 된 공원의 벤치에 가본 적이 있어요. 벤치에 앉는 순간 과거의 내 청춘은 그 공간에 머무르고 있다는 걸 몸이 알아차리더라고요 저릿한 그 느낌, 글로 나마 제가 느꼈던 따뜻함이 전달됐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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